작업실의 공기는 낮게 깔린 베이스음의 진동과 함께 눅눅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.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트는 일정한 리듬으로 바닥을 두드렸고, 그 진동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묘한 긴장감을 부추겼다.그녀는 거울도 보지 않은 채 흐트러진 머리칼을 대충 쓸어 넘기며 허리 뒤로 초록색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었다. 평소 작업복으로 쓰던 앞치마였지만,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은밀한 역할극의 가장 중요한 소품이었다.남자는 조절 콘솔의 차가운 금속 몸체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. 화려한 조명 대신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이 그를 비췄다. 그는 이 발칙한 연극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관객이자 남자주인공이였다."손님 메뉴 선택이 너무 늦으시네요."여자가 카운터 대용으로 치워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..